“사모펀드 ‘투자 비밀주의’가 불투명성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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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사모펀드 ‘투자 비밀주의’가 불투명성 키워” “MBK파트너스 투자, 국민연금 6천억 손실 우려” 운용 투명성 시급

기사입력2025-08-07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약 6000억원 이상의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과도한 수익성 추구와 비밀주의 계약에 매몰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창환 한신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6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희승 의원과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 모수개혁과 홈플러스 사태 이후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정책방향’ 좌담회에서, 이러한 국민연금의 홈플러스 투자사례를 들며 “국민연금의 기존 원칙을 깬 투자”라고 주장했다.

◇“MBK 홈플러스 인수에 ‘입도선매’식 투자”=전 교수는 “국민연금은 대형 M&A에서 미리 어느 회사와 컨소시엄을 짜는 일이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홈플러스 M&A 때는 입찰 전 미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며, “입도선매(立稻先買)식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입찰 전에 MBK와 먼저 손을 잡는 방식은 과거 국민연금의 보수적 투자 관행과 배치된다”며, “당시 수익성 외에 공공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2015년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하던 당시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약 5826억원과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 포함하면 회수해야 할 원리금 규모는 약 9000억원~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은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지금까지 리파이낸싱과 배당으로 회수한 금액은 약 3131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5000~6000억원은 미회수 상태라는 것이다. 법원 회생절차에서 국민연금이 채권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투자금 회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특히 보통주 295억원은 이미 전액 손실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6000억 이상 회수 불가능 우려=홈플러스 경영은 급격히 악화됐다. 2015년 자본총액 2조2958억원이었던 홈플러스는 2024년 2월 기준 2653억원으로 88% 이상 자본이 증발했다. 2023년 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인수 전인 2014년(8조5682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영업실적은 더욱 심각했다.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지속 하락해 ▲2020년 1602억원 ▲2021년 933억원 등으로 하락하다, 2022년 1335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이후 ▲2023년 –2602억원 ▲2024년 -1994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재임차해 단기 수익에 집중한 반면,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 제고에는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MBK의 경영실패 피해가 국민연금에 고스란히 전가됐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최종 인수자 선정까지 2~3개월이 소요될 예상이다.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여부는 법원이 국민연금을 채권자로 인정하느냐 주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의 ‘투자 비밀주의’로 투명성 부족=전 교수는 사모펀드 투자의 근본적인 문제로 투명성 부족을 꼽았다. “국민연금과 MBK 간 계약서는 철저하게 비밀보호 유지장치(비밀유지협약서, NDA)가 설정돼 아직까지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국민의 돈이 투자되었는데도 핵심 정보를 공시하지 않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GP(운용사)에 대한 LP(국민연금)의 견제와 통제력 부족,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투자 결정과정의 불투명성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정보 비대칭성과 감독의 취약성이 커진다”며, “공적연금의 가버넌스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비밀유지협정(NDA)을 자꾸 늘리면 국민들에게 설명책임을 충실히 다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이번 사태가 공적연금 운영방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래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운영체계가 허술한 편인데, 사모펀드(GP)와 맺는 비밀유지계약(NDA)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결국 국민연금 운영이 더 투명하지 못하고 무책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적 연기금이 해외 GP와의 협상에서 대등한 지위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더불어 공적 연기금이 세계 유수의 사모회사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공적 연기금들과 긴밀한 연대 내지 전략적 협조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