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100%” 말 뿐이어도 ‘GD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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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반도체 관세 100%” 말 뿐이어도 ‘GDP 하락’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속되면, 우리 GDP 1년간 0.5% 타격

기사입력2025-08-08 00:00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4월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세계획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관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한 이후의 발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과를 선언한 뒤 연기하거나, 세율을 높이고 낮추는 등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불확실성을 높였다.

미국은 이미 상호관세와 별개로 철강과 구리 등에 50% 품목관세를 부과했고, 자동차 등에도 품목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관세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EU와의 무역협상에서 반도체 관세를 15%로 정했고, 한국과도 반도체는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이번에 나온 반도체 품목관세율 100% 발언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확대는 관세 부과와 유사한 수준의 실물경제 충격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같은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 이어 2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분쟁 시작과 함께 장기평균(100)의 2~3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인 올해 들어서는 7~10배까지 치솟았다. 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주로 언론에서 정책과 불확실성 관련 용어가 함께 등장하는 기사 비중을 시계열로 측정한 경우가 많다. 이중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여러 기관들이 내놓은 월간·분기별 수치 등이 하나같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불확실성에 우리 GDP 0.2% 타격…2기 더 커진다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등 실제 정책만큼이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미국 관세 및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1기 미중 무역분쟁 시기 동안 무역정책 불확실성 충격이 한국의 GDP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결과,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충격은 국내 GDP에 평균적으로 0.2%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만약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충격이 없었다면, 해당 기간 매 분기 GDP가 평균적으로 0.2% 더 높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실제 관세 부과 조치 이전부터 급등했으며 미중 무역분쟁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미칠 영향은 1기 때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IMF는 올해는 물론 2026년까지도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경제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올해 1분기 수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내년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와, 조기에 완화돼 2025년 4분기말에는 2024년 1분기 수준으로 하락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게 지속될 경우 조기 완화되는 경우에 비해 향후 4분기동안 GDP가 0.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에 따른 GDP 하락폭이 트럼프발 보편관세(0.2%)와 자동차 및 철강의 품목별 관세(0.3%) 영향을 합친 것 만큼이나 클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불확실성의 확대는 단순히 이론적인 우려가 아니라 관세 부과와 유사한 수준의 실물경제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국내 기업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한편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실질 경제활동을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IMF가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0%로 낮춘 사실을 들며 “이와 같이 단기간에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은 관세 부과 위험과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최근의 경기위축과 겹쳐 더욱 큰 잠재성장률 훼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경기위축 수준이 “2015~2016년 글로벌 제조업 불황기나 2018~2019년 트럼프 1기의 무역전쟁 당시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무역분쟁 장기화로 수요부진이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 충분한 규모의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수출기업의 투자지연 등을 상쇄할 수 있는 내수부양책이 필요하며,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공공투자 확대, 소비 진작을 위한 세제 지원, 그리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직접적 지원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실물부문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통화정책 측면에서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추진함으로써 무역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때란 분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