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년이상 적폐세력을 감싸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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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공정위, 1년이상 적폐세력을 감싸고 있었나? 내부개혁 없이 재벌개혁·공정시장 확립 이룰 수 없다

기사입력2018-06-21 18:3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위원회였다. 말로만 떠돌던 공공연한 비밀은 이제 구체적인 혐의가 됐다. 검찰이 압수수색 칼날을 빼들면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0일 공정위가 부영·신세계·네이버 등이 주식소유 현황 신고를 빠뜨린 사실을 알고도 제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등 수백 건의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정확을 포착하고, 공정위를 압수수색했다. 모두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들 사건에는 삼성과 현대, LG 등 국내 재벌대기업 대부분이 관련돼 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과거 조사했던 대기업에 재취업한 사실과, 공정위 인사 관련부서가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기억한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 골프존 사업자들, 샘표 대리점과 미스터피자 가맹점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숱하게 공정위 문을 두드렸지만 복지부동이었던 그 단단한 문. 그 문은 그동안 대기업을 향해 혹은, 공정위 간부 출신들에게만 활짝 열려있었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에는 민원·신고 신청이 급증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외면했던 불공정행위를 새로운 공정위가 해결해 줄거란 기대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민원·신고 신청 건 중 상당수는 시효가 지난 것, 이미 신청했던 내용의 재신청, 민·형사 소송 대상이란 이유로 공정위가 처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고 공정거래위원장이 바뀌어도 ‘공정위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성토가 계속됐던 이유다.

공정위와 대기업과의 부적절한 유착은 공정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사안이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법집행체계 개선과 신뢰제고 방안’, ‘대리점·하도급·가맹점·대규모유통 등 4대 갑을관계 분야의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공정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독점과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등 공정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권한이 모두 공정위에 집중돼 있었음에도, 정작 공정위를 견제하고 관리할 기관은 없었다. 공정위 내부의 적폐청산은 이뤄지지 않은 채 김상조 위원장의 개혁의지는 아래로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위는 이제 1년을 맞았다. 김 위원장이 내걸었던 재벌개혁과 공정사회 추진은 계속돼야 한다. 그 일은 공정위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 위원장은 압수수색 등 검찰의 공개수사와 관련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 노력을 더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김상조 위원장의 개혁의지를 꺾는 일이 아닌, 내부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그 개혁 에너지가 시장으로 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어긋난 방향으로 달려왔던 공정위를 원래의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