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가 미국 AI의 경쟁력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가 미국 AI의 경쟁력 AI 인재 확보·양성 경쟁…이제 생존의 문제다

기사입력2025-08-30 00:00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메타의 AI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스케일AI에 무려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에 대한 투자 규모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AI 인재영입을 위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에 더 큰 관심이 간다. 메타뿐만 아니라 오픈AI, MS, 구글,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이 AI 인재를 타사에서 직접 빼오는 등 치열한 인재확보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최고경영진급 개발자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고,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만의 경쟁도 아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AI 인재는 어디로 향하는가: 국가 간, 기업 간 치열해지는 AI 인재 확보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에는 AI 분야 전체 인력의 약 7%에 해당하는 3만2000명의 외국인 실무자가 순 유입됐다. 크고 작은 AI 기업들이 AI 실무진까지 싹쓸이해가는 통에, 전세계 AI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AI의 경쟁력이 바로 인재에서 나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AI 인재경쟁에서 다른 나라들이 손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등 선두주자의 뒤를 쫒는 많은 나라들은 특히 AI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EU는 지난 5월, 향후 2년간 외국인 연구자 유치에 약 5억8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프랑스는 외국인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미국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영국은 7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호주의 과학아카데미는 선도적인 과학자와 기술자를 대상으로 이전 패키지가 포함된 글로벌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AI 인재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소프트웨어 공학자, 데이터 과학자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인재 부족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재영입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점점 더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면서 필요한 기술 인력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AI 인재 수급 불균형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전문인력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미국 빅테크들이 인재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점해 왔으나,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고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보고서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AI 인재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향했으나, 최근 그러한 추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AI 인재 지형도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여전히 자본과 컴퓨팅 파워 외에 인재 면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지만, 최근 글로벌 AI 인재를 유치하고 자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정한 한국 역시 해외의 유수 인재를 유치하고 국내 인재를 육성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최근 과기정통부 배경훈 장관은 ‘인공지능 향상(AI 스텝업) 전주기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인재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시절의 배움부터 연구자로서의 치열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역량이 길러진다”며, AI 인재지원 방안을 마련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AI 인재의 육성과 유치에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연구의 자율성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AI 인재의 유치와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